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이때, 배우 이수경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밴쿠버로 향했다.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 촬영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여성중앙팀과 함께 이곳 밴쿠버로 날아온 것이다. 현지에서 선수들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는 그녀는, 배우의 특권 같은 건 의식하지도 않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선수들 앞에 아예 드러눕기도 하며 특유의 발랄함으로 선수들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주었다. 선수들 사이에 함께 들어가 축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응원을 기꺼워하는 선수들 덕분이었다. 진심으로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실내에서 펼쳐지는 휠체어 컬링과 아이스슬레지하키(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썰매하키)는 우리나라의 동계 올림픽 첫 출전 종목이었다. 대회 6일째, 이 두 게임의 성적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휠체어 컬링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보기 좋게 3연승을 거두며 슬쩍 메달 욕심까지 내보고 있는데 비해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이 좋아 모두가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아이스슬레지하키는 3연패를 기록한 것. 휠체어 컬링이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열리는 바람에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 먼저 갔다.

이수경이 응원석에 앉자 갑자기 한인 응원팀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어머 어쩐 일로 오셨어요?” “우리 팀 응원하러 왔죠!” 학생과 직장인, 캐나다 교민들 역시 시간을 쪼개 매일 빠지지 않고 한국팀을 응원 다니면서 서울에서 ‘촬영차’ 온 여성중앙의 응원단을 반긴다.
동계 올림픽보다 장애인동계올림픽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아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더니 연신 “잘하셨어요, 너무 잘하셨어요”라며 반긴다. 캐나다 교민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큰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경기마다 무리를 지어 관중석을 채우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대한민국 대표 응원단인 셈이다. 취재팀이 컬링 경기장을 방문한 날은 홈팀인 캐나다와 맞붙은 날. 우리나라 응원단 모두가 목이 터져라 응원해도 수적으로 우세한 캐나다 사람들의 응원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선수들의 예리한 눈빛이 믿음직스러웠다.

 

1회전, 2회전 캐나다가 각각 1점씩 앞서는 가운데 한국팀이 보기 좋게 1점을 획득하는 순간, ‘짝짝짝 짝짝, 대~한 민국’을 외치며 분위기를 업시켰다. 경기를 끝까지 보면 좋았을 텐데 그들보다도 어깨가 처져 있을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이 마음에 걸려 몰래 빠져나와 UBC 선더랜드 아레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나중에 전해들은 바로는 캐나다 vs 한국의 휠체어 컬링은 6 대 4로 우리 팀이 졌다고. 하지만 이튿날 독일과의 경기에서 9 대 2, 압도적인 승리로 4강전에 오르며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순간 19.96kg의 스톤을 바라보던 선수들의 진지한 눈빛이 떠올랐다. ‘긴장하지 말고 실력을 마음껏 펼치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를!’ 돌아오는 내내 선수들의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번 장애인동계올림픽 경기장은 휠체어 컬링과 아이스슬레지하키가 열리는 밴쿠버와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의 경기가 열리는 휘슬러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휘슬러는 밴쿠버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곳이다. 이수경이 제일 먼저 만나러 간 선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좌식 클래식 5km, 10km)에 참가한 서보라미 선수. 이수경은 그녀를 만나기 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본 모습을 기억해 냈다. “발레를 전공했는데, 목표 없이 그저 열심히 하던 시절보다 장애인이 된 후 좌식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 말이 기억나요. 참 당차고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수줍게 웃는 모습이 예쁘더라고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혹시나 부담스러울까 봐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밖에 해줄 말이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포토그래퍼 조세현씨도, 이수경도 그녀의 컨디션에 방해가 될까 조심하며 5분 만에 촬영을 마쳤다. 서보라미 선수는 다음 날 경기에서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에 첫 출전해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고, 같은 날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응원 글이 쇄도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장애인동계올림픽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했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메달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메달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 당신의 삶 자체가 금메달이에요”라는 응원 글을 남긴 한 팬처럼,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스키 날을 갈면 된다. 서보라미 선수의 어제보다 내일에 더 큰 파이팅을!

원래 일정대로라면 컬링 경기를 응원 후 이수경의 스케줄은 휴식이었다.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왕복 4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며 휘슬러에서 돌아와 바로 밴쿠버 시내 컬링 경기장을 향했으니 다음 날의 일정을 위해서라도 이수경은 쉬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응원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저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메달 수나 순위, 이런 것보다도 그저 한국을 대표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미국과 일본에는 0 대 5, 체코에는 2 대 4로 참패하며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들의 5-8위전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국이 1 대 0으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두의 마음이 들떠 손에 태극기를 하나씩 쥐고 경기장으로 달려갔는데, 경기장에는 이미 응원석의 대부분을 차지한 스웨덴 사람들이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goal for sweden’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 응원에 힘입었는지 스웨덴의 동점 퍽(골 대신 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으로 1 대 1이 되는 순간, 이수경과 기자는 우리 팀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좌석까지 내려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드디어 이종경 선수의 짜릿한 추가 퍽! 올림픽 첫 출전에 첫 승을 거둔 선수들을 축하하기 위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이수경이 대기실을 찾았고, 승리의 기쁨에 이수경의 응원까지 더해져 선수들은 ‘최고’를 외쳤다. 그날의 주인공은 분명 대한민국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이었는데 선수들이 이수경에게 사인을 해 달라,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수경이 주인공이 된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수경은 5-6위전 경기를 위해 몸을 푸는 한국팀의 연습장을 방문해 한 번 더 그들을 응원했다. 전날 함께 사진 촬영을 해서인지 연습이 끝나고 이수경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 등록된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는 40명, 실업팀 하나에 불과한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만 해도 그들은 큰 벽 하나를 넘긴 것인데, 거기에 1승이라니! 그들은 말로는 표현 못할, 가슴 벅찬 승리를 대한민국에 안겨주었다.

“밴쿠버에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선수들을 만나보니 오히려 제가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는 것 같아요. 지난번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는 출전 선수가 3명이었는데, 올해는 25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대단히 노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경기장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웃으며 응원하던 그녀는 브라운관에서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다.

기획 / 이미정 기자 사진 / 조세현(studio icon) 스타일리스트 / 한송경 메이크업 / 오수정 헤어 / 오수정 촬영협조 / 삼성 랑콤 대한장애인체육회

자세한 내용은 여성중앙 4월 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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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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