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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부른다> 이수경 촬영현장 인터뷰
입력 : 2010.06.08 08:59
‘눈물의 여왕’ 이수경은 잊어라. 이제 그녀는 능청스러운 연기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에 황당한 분장으로 코미디 연기의 달인이 됐다. 스스로를 “소심한 A형”이라고 밝혔던 이수경은 어디로 갔을까?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한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다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온다. 가지고 있던 자료들은 하나하나 회의 테이블 위에 던지다시피 늘어놓는다. 티테이블로 가서는 녹차 티백을 잔뜩 뜯어 양손에 쥐고 한꺼번에 우려낸다. 커피는 더 가관이다.
대충 탄 커피가 마음에 걸리는지 커피 잔 하나를 들어 다른 잔에 섞기까지 한다. 티테이블은 벌써 엉망이 됐다. 컷!
컷 소리와 함께 “푸하하하하” 하는 스태프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모두 컷 소리만을 기다렸다는 표정이다. KBS <국가가 부른다>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날도 역시 한창 코미디 연기에 물이 오른 이수경의 원맨쇼가 하루 종일 펼쳐졌다. 이수경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그나마 오늘은 깔끔한 날”이란다. 현장에서 보니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가 따로 없다. “이건 코미디가 아니라 완전히 액션이군요. 힘들지 않아요?” 기자가 걱정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뇨! 재미있어요.” 이수경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리곤 아까 탄 커피를 한 잔 내밀었다. “한 잔 하시겠어요?”
구렁이 담 넘듯 말하기? 이젠 어렵지 않아
가늘고 고운 얼굴에 귀여운 웃음이 매력적인 이수경에게 이 정도의 코미디 본능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의 ‘오버’ 연기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커녕 귀여운 말괄량이 같은 느낌이다.
뽀글대는 할머니 가발에 진한 팔자 주름을 그리고 할머니 순경으로 변신하지 않나,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음치 수준 목소리로 ‘결혼해줄래’를 부르질 않나….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짓는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함께 연기하는 류진이나 김상경 모두 “우리 드라마는 이수경만 믿는다”고 할 정도. 그렇다고 이수경이 처음부터 코믹 연기가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남의 옷을 입은 양 어색하기만 했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오하나’는 남자처럼 씩씩한 역할이에요. 그런 캐릭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손동작이나 말하는 것 하나까지 전부 불편했어요. 너무 오버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기도 했죠.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익숙해진 것 같아요.
한 번 편해지니 계산하지 않아도 제스처 하나까지 달라지더라고요.”
김정규 감독은 이수경에게 “말할 때 자연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코믹 연기에 내공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스킬. 이를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구렁이 담 넘듯 이야기하기 위해 비디오를 찍어 계속 보면서 연습했어요. 그 덕분에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 연기의 어색함을 풀어주려고 그러셨던 것 같아요.”
이수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고은님’으로 살면서 매회 눈물을 쏟았다. 이와는 정반대인 ‘오하나’는 순정만화도 아닌 명랑만화에서나 만나볼 법한 좌충우돌 유쾌 발랄 귀여운 사고뭉치 캐릭터다. 생계형 9급 순경인 그녀는 원칙주의 정보요원 고진혁(김상경 분)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한동안 은님이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울한 역할을 오래 했더니 저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했어요. 밝은 역할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죠. 감독님은 ‘괜찮다. 좋다. 더 해도 된다’라고 하시면서 제 연기를 더 끌어내려고 하셨어요.
실제로 감독은 그녀에게 항상 “조금 더!” 주문하고 있었다. 회의 중 실장(류진 분) 옆에 서 있는 장면에서, 감독은 그녀에게 계속 다른 버전의 코미디 연기를 요구했다. “이 장면은 아마 95% 쓰지 않을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이수경은 매순간 감독의 요구에 200% 부응해 그 이상의 연기를 펼친다. 순간순간 나오는 애드리브는 반응이 좋다.
“감독님은 제게 맞는 옷을 입혀주기 위해 때론 애드리브도 해보라는 주문도 하세요. 저도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애드리브를 하다 보니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이왕 시작했으니
완벽한 ‘오버녀’가 돼보려고요.”
소심한 A형 성격 극복하고, CF 세 개쯤 노려볼 터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의 연기를 할 때만큼은 캐릭터를 닮아간다. 이수경은 어쩐지 전보다 장난스러워진 느낌이었다. 새벽부터 촬영한 터라 피곤할 만도 하건만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은님’은 굉장히 소극적이고 조용했는데, ‘오하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고 사고치는 일이 다반사죠.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로 돌아왔더니 얼굴 표정도 밝아지고 살도 좀 쪘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밝은 역할이 좋아요. 제 성격도 밝은 편이거든요. 촬영할 때도 즐겁고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CF 세 개쯤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수경의 모습에 오버쟁이 ‘오하나’가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오하나와 같은 성격도 숨어 있다.
“뭔가 하나를 잡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오하나와 비슷한 것 같아요. 대책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면도 그렇고요. 반면, 오하나의 성격은 과한 편이죠. 실제 저는 소극적이고 그 정도로 능청스럽진 못해요. 제가 A형인데, 전형적인 A형 성격이랄까요? 오하나는 두루두루 친한 성격이지만, 저는 소심해서 그러진 못해요. 낯을 가리는 편이죠. 그런 면에서는 오하나가 부러워요.”
극중 이수경은 호란과 라이벌 관계로 등장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드라마를 통해 처음 만난 이들은 드라마 속 관계와 달리 실제로는 친한 언니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 호란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처음 시작한다. 그런 호란을 바라보는 이수경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연기자인 저는 ‘가수’ 하면 다른 (세계) 사람 같은 생각이 들어요. 같은 연예인이지만. 연말 시상식에 가면 무대 앞에 나와서 가수들을 구경하곤 하죠. 그래서 처음에 호란 언니가 신기했어요. 연기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호란 언니가 굉장히 진지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오는 덕분에 어려움 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언니 성격도 위트가 넘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요.”
이날의 촬영은 류진과 진행됐다. 류진은 이수경이 엉망으로 탄 녹차를 마시고, 우아하게 “이게 무슨 차지? 맛있군”이라는 대사를 한다. 힘든 액션을 잘해내 바로 OK 사인을 받아냈지만, 웃음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가 보다. 웃느라 간혹 NG가 난다.
“연륜 있으신 선배들과 촬영을 하다 보니 팀워크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류진 선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재밌고, 특히 김상경 선배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선배들 현장에 가면 너무 즐거워요.”
아무리 현장 분위기가 좋고, 드라마가 재미있어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이 방송계의 현실이다. 이수경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만큼 시청률이나 경쟁 프로그램에 대한 긴장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동이>는 시청률이 20%를 넘기며 저만큼 앞질러 갔고, <자이언트>도 이미 10%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했다. 사극인 <동이>는 제쳐두더라도, <자이언트>와의 시청률 싸움에서는 이겨야 한다.
“<자이언트>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어요. 대작이죠. <자이언트>와 우리 드라마는 나름대로의 상반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이>, <자이언트> 둘 다 시대물을 다루고 있잖아요. 우리 드라마는 시대물을 안 좋아하는 분들을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에요. 모든 사람들이 시대극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수경은 “얼마 전 시청률 묻는 질문에 너무 현실적인 수치를 얘기했다가 제작진과 동료배우들에 매장당할 뻔했다”고 웃으며 “30%를 목표로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시청률 30%가 될 때까지 이수경은 몸을 날리고, 능청스러운 대사를 하며,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분장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노인 분장이라는 걸 해봤거든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촬영할 때마다 오하나에게 한 수 배우는 기분이에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죠. 매일 오하나로 살 수 있어 즐겁고 재밌어요.”
이수경은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다. 그 에너지는 연기뿐 아니라 선행에도 이른다. 밴쿠버 장애인 올림픽 응원, 장애우 돕기 홍보 대사 등으로 활동해왔으며, 최근에는 난치성 근육병으로 투병 중인 형제를 촬영장으로 깜짝 초대하기도 했다. 이들 형제의 소원인 ‘서울 나들이’를 들어주기 위해서다.
“두 친구 모두 같은 질환으로 힘들게 투병하고 있다는 사연을 접하고 가슴이 더 아팠어요. 많이 지쳤을 아이들과 가족들이 좋은 추억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안타까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고 싶어요.”
장난스럽게만 느껴졌던 이수경의 웃음에서 따뜻함이 묻어났다.
/ 여성조선
취재 두경아 기자 |사진 이상윤
Fr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