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이수경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극본 김사경/연출 김정민)가 지난 7일 해피엔딩으로 결국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비록 대리모, 불륜에 ‘막장’ 논란까지 빚었지만 극중 고은님, 이수경(28)의 연기 만큼은 명품이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이수경은 3살 때 친엄마를 병으로 잃고 외할머니의 사랑으로 반듯하게 자란 고은님 역할을 맡았다. 극초반 은님은 급성간경화로 쓰러져 간이식 수술이 절박한 아버지를 살리고자 ‘대리모’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은님은 자신이 애를 낳아 보낸 손향숙(이휘향 분)의 며느리가 된다. 은님은 백세훈(류진 분)의 동생 강호(정겨운 분)와 결혼하게 된 것. 즉 시아주버니의 아이를 낳은 셈이다.
강호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은님은 늘 한 구석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하지만 애써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은님의 연기는 이번 드라마의 핵심 포인트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수경은 그 역할을 비교적 무난히 잘 표현해 냈다. 극 중반 이후에는 거의 매회 눈물을 뚝뚝 흘려야 할 만큼 강행군을 펼쳤다.
이수경은 최근 인터뷰에서 “거의 매주 우는 연기를 한 것 같다”며 촬영이 녹록치 않았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에 이수경이 남달라 보인 이유는 눈물 연기가 일품이었다는 단편적인 찬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이수경도 정통 멜로극의 여주인공으로 중심에 섰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수경은 그동안 ‘천방지축’ ‘좌충우돌’ ‘청순발랄’ 등의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여배우였다. 2003년 CF ‘화이트’로 데뷔하며 ‘청순녀’ 이미지를 심어줬던 이수경은 ‘아시아나 항공’ 모델을 거쳐 2004년 드디어 연기자로 본격 데뷔한다.
당시 풋풋한 신인배우였던 지현우, 강지환, 정경호, 오윤아 등과 호흡을 맞춘 KBS 일요아침드라마 ‘알게될거야’에서 공주병 대학생 송나경으로 톡톡튀는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알게될거야’가 출연진 교체와 조기 종영되면서 이수경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수경이란 배우가 대중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1년 후, SBS ‘하늘이시여’에서 였다. 극중 남자주인공 이태곤의 여동생 구슬아 역으로 출연했던 이수경은 애교 만점에 깜찍한 여대생 역할을 소화했다. 때로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한 이수경의 연기는 비로소 2007년 KBS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빛을 발한다.
김지훈과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에서 이수경은 똑똑하고 말잘하고, 일욕심 많은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조미진으로 등장했다. 풍족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난 미진은 자기 확신이 강하고 자존심 또한 최고인 여성. 그러나 미진은 전혀 환경이 다른 집안에서 자란 복수(김지훈 분)와 결혼하면서 개혁을 외치지만 때로는 타협할 줄 아는 현명한 ‘며느리’로 등장하며 수많은 ‘어머니 팬’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이 때부터 이수경은 당찬 여성, 발랄하고 씩씩한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가 됐다. CF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런 이미지는 다음 작품이었던 MBC 미니시리즈 ‘대한민국 변호사’로도 이어졌다. 이수경은 이 드라마에서 신참내기 열혈 변호사 역할을 소화했다.
그러나 스크린에 비춰진 이미지는 조금 달랐다.
2006년 조승우의 연인으로 등장한 ‘타짜’에선 기존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화란’이란 역할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다음해 출연한 스릴러 영화 ‘가면’에서는 치명적 비밀을 간직한 이중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또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에서는 로맨스 영화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며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천만번 사랑해’는 고은님과 백강호의 러브라인으로만 놓고보자면 정통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이수경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청순 가련형 혹은 캔디형 캐릭터를 이번 드라마에서 완벽히 보여줌으로써 다음 작품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남았다.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해 히트한 작품이 대부분 주말 저녁시간대 방영된 드라마들이라는 점이다. 주 시청층이 주부층인데다 주인공 한 두 사람이 드라마 전체를 이끌기 보다는 여러 배우들, 특히 중견 배우들의 연기 노하우와 작가, 연출자의 힘이 더욱 필요로 한다느 사실이다.
이수경은 아직 주연 스타들의 파워가 절대적인 미니시리즈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 평가 받을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겠지만, 이수경은 앞으로 이런 점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들이다.
이수경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 아닐까.
홍동희 기자/mystar@heraldm.com
From:HERAL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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